2013/07/13 00:02

명왕성: 인정받기를 포기한 그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된다. La Peilcula

명왕성
이다윗,성준 ,김꽃비 / 신수원
나의 점수 : ★★★★

딴소리부터 하자면, 영화를 보는 내내 예전 KBS 드라마스페셜로 방영되었던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생각났다. 갖힌 학교 내에서 철저하게 아이들에게만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점에서도. 또 성준이라는 배우가 비슷한 성격의 인물과 연기로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영화 자체의 만듦새만 두고 본다면 그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교차편집이 되는 순서에서 무언가 연계점을 만들어내고 매끄럽게 이어붙이려는 시도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 뿐이고, 단순한 병치로 그치고 만다. 두시간의 러닝타임을 채우는 것도 사실 감정이나 사건의 기승전결이라기보다는 단발적인 사건들의 나열에 불과하고 이것이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것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건을 보여주고 나서 영화는 어른과 소년 중간에서 누구보다 더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시간을 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들고 싶은 것은, 영화가 배경으로 삼는 공간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고,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게다가 지하실은 세트라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든다) 이것이 실제라기보다는 허구의 상징이라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며, 연극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자칫 이러한 점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는 이유로 퇴출된 명왕성을 들먹이면서, 우리를 둘러싼 룰은 대체 누가 정한것이며, 그것이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던져놓고 영화는 곧바로 어딘가에 속하고, 인정받기를 바라는 청소년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사회의 룰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영화는 이렇게 대한민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는 '예비1번'들의 절망들을 보여준다.

결국 영화를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명왕성처럼 불완전하게 떠돌아다니는 메타포의 행성 같다고 볼 수 있다. 뭐 내가 느끼는 '좋은 영화'들은 대부분 알려주지 않고 보여주는 영화들이긴 하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이 영화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덧붙이자면 영화가 가지는 메시지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자주 들먹이지만 결코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청소년과 교육에 대한 담론이기 때문에 영화가 가지는 파괴력 또한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알려주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들 각자가 나름대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담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도 이 점에서다. 장르영화로서의 재미도 그렇게 덜하지는 않는 것도 추가해서. 단순히 제도화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 또는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있어서 치열한 경쟁이 빚어낸 이전투구의 양상도 짚어내고 있으며, 철저하게 계급화된 학생들 사이에서의 도덕적 몰락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청소년 범죄의 원인이 '인정에의 갈망'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학재의 아이들도, 준도, 심지어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 소녀도. 결국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그렇게 처절하고 잔인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게 되는 순간이 아니라, '인정받기를 포기하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에서 어머니를 위해 그만두라는 형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타인의 인정을 포기한 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뱀 다리1. 청소년영화제에서 상영될 것인가...
뱀 다리2. 김꽃비는 대체 몇살까지 커버가 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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