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9 15:25

광해, 왕이 된 남자; 촘촘이 짜여진 영화 한 편. La Peilcula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류승룡,한효주 / 추창민
나의 점수 : ★★★★★

 고등학교 국사시간에서도 광해군이라는 인물은 상당히 흥미로운 왕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미쳐서 폭정을 일삼은 포악한 왕으로 묘사되지만 실상은 정치적인 싸움에 휘말려서 정의로운 뜻을 펴지 못한 왕이었던, 그런 인물이었고, 이 광해군을 다룬 영화가 개봉한다기에 당연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병헌. 나는 이병헌이 대사를 참 잘 한다고 생각한다. 별다를 것 없는 대사인데도 그가 뱉는 순간 영화관 안에는 묘한 울림이 생기고, 단순히 잘 생긴 것을 떠나서 카메라가 그를 잡는 순간만큼은 영화가 온전히 그의 것이 되버린다. 영화가 시작되면 의관을 정제하는 광해군이 보이고, 의자에 걸터앉은 광해를 줌인하면서 보여주는데, 그 장면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병헌, 오직 그 혼자만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트레일러로 보나 어떻게든 단순히 '왕자와거지' 컨셉을 따서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고,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정치극의 형태로 펼쳐질 때 상당히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다. 광해군, 그리고 왕자와거지, 이 두 컨셉이 너무도 크게 다가와서 이 영화가 이런 식의 메시지를 직구로 던질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인데, 연말에 있을 큰 일을 생각하면 의외로 강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본 자체도, 광해군의 대역이 들어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간략히 보여준 뒤, 하선이 궁중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인물사이의 관계를 얽어놓고, 본격적으로 주된 주제를 앞에 제시하고 결말을 맺는 방식인데 그 각본의 긴장감이 절묘하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똑같은 2시간이었는데도 지루해 견딜 수 없었던 상반기의 '은교'와는 달리 120분을 꽉 채운 각본이 인상적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사극 영화는 전반적인 이미지를 KBS 사극에서 SBS 사극 쪽으로 바꾸고 있는 것 같은데, 단순히 정석적인 사극에서 변칙적인 사극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훨씬 더 색이 곱고 알록달록하고, 빛을 더 자유자재로 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이 영화에서도 햇빛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사용되어 영상을 꾸며놓는다. 간간히 인물의 심리 및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푸른톤도 절묘했다.

 약간의 단점은 그 정치적인 주제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일부 관객들에게는 좀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인데, 이 부분만 조심하고 보면 예쁘게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본다는 느낌이다.

P.S. 그나저나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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